비판 받는 KFA 축구협회, 정관으로 살펴본 협회장의 권력

요즘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뉴스가 무척 많이 나옵니다. 감독에 대한 비난은 물론이고 축구협회, 특히 정몽규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축구 협회에 대한 비난이 많은데 이번 일이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축구협회에 대한 체질 개선을 요원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협회’라는 집단

우리나라에서 협회라는 곳은 모두 1인 독재가 가능한 곳입니다. 그 1인이 바로 ‘회장’입니다. 협회 조직은 대부분 대의원 선거로 선출합니다. 옛날 말에 체육관 선거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대의원 선출방식입니다.

회장 입후보는 당연히 회원 중에서 가능하고, 선거철에는 자신이 협회를 개혁하겠다는 구호를 외칩니다.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개혁은 구호에 그칠뿐이지만요.

아무튼 회장이 되면 협회라는 조직 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조직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모두 갖습니다. 어떤 조직에서 돈과 사람을 장악하면 그 권력이 어떠한가요? 여러분이 속한 어떠한 조직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더라도 정말 무시무시한 권력 아닌가요?

협회 사무처라는 곳은 그냥 월급쟁이 직원들입니다. 이들에게 인사권은 생명줄과 같으니 누가 회장이 되던지 절대 충성을 하게 됩니다.

협회에 각종 위원회, 임원, 산하 단체나 기구 등등이 있을 수 있죠. 이런 하위 조직은 돈을 보고 회장에게 절대 복종하게 됩니다.

조금은 과격하게 표현했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협회는 이렇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회라는 곳은 협회장의 1인 권력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 조직 안에서는 어떠한 반론이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KFA 축구협회도 결국 ‘협회’

하도 말도 많고 뉴스도 자주 나오길래, 축구협회 정관을 찾아봤습니다. 훑어보면서 ‘역시나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어라고요.

축구협회에서 협회장이 막강한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내가 그쪽 내부인이 아니니 정관에 나오는 조직 시스템만 가지고 얘기하려 합니다.

1. (정관 제14조) 축구협회의 시도협회, 전국 연맹은 임원을 선임하면 협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시도협회는 협회 인준동의를 받아야 하고, 전국연맹은 협회의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정확히 어떤 절차인지는 모르겠으나 산하 기관의 임원 선임에 대해 축구협회가 상급기관 노릇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감시 절차가 있으면 좋은 거니까요.

그런데 만약에 혹시라도 축구협회 입맛에 안맞는 시도협회 임원이 뽑히면 어떻게 될까요? 지역에서 임원이 되려는 자는 누구의 입맛에 맞아야 할까요? (협회 사무처 직원? 협회 임원? 협회 부회장? 아니면…?)

2. (정관 제19조) 협회는 대의원총회, 이사회, 분과위원회, 사무처를 둔다.

(1)협회 사무처는 직원들이 일하는 조직입니다. 정관에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연히 회장이 사무처 인사권을 행사합니다.

(2)분과위원회는 이사 중에서 회장이 지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정관 제49조제5항) 분과위의 인사권 역시 회장의 입김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3)이사회는 회장(1인), 부회장(7인 이하), 전무이사(1인), 이사(회장, 부회장, 전무 포함 15인 이상 29인 이하)로 구성됩니다.(정관 제42조) 원칙적으로 회장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은 총회에서 선임해야 합니다. 다만 총회 의결을 통해 회장에게 선임을 위임할 수 있습니다.(정관 제24조)
(이런 경우 대부분의 협회들은 회장 선출 총회에서 회장이 뽑히면 이사 선임을 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뜻을 모읍니다. 요식행위에 가깝죠. 축협도 비슷할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결국 축구협회의 이사회 구성 역시 협회장의 손에 달린 문제입니다.

(4)대의원총회 ; 사실 협회라는 곳의 최고 의결기구는 총회입니다. 축구협회의 경우 시도협회 대표 각 1인, 전국연맹 대표 각 1인, 프로 1부 리그 참가팀 대표 각 1인으로 총회가 구성됩니다. (정관 제32조) 위에서 살짝 언급했는데, 시도 협회와 전국연맹의 인사권 행사에 축구협회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들은 협회장의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프로 1부 리그팀의 대표의 경우엔 조금 다를 수 있죠. 정몽규 회장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로써 협회 회원을 시작해 회장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외 K리그 구단주는 협회에 큰 관심이 없고, 그저 정 회장과 친소관계만 있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프로팀 구단주는 협회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모기업 눈치를 보기 바쁜 사람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재벌 총수이자 구단주인 정몽규 구단주가 회장이 되기 쉬운 환경인 거죠.

좀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대의원 총회도 회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축구협회는 다른 협회들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으로 협회장이 좌지우지하는 곳입니다.

그러면 회장을 잘 뽑아야지!

축구협회 정관에서 가장 많은 내용으로 규정된 것은 회장의 선출에 대한 내용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부분은 정관 제23조 제1항, “회장은 회장선거인단에서 선출되고,….”라는 부분입니다.

대의원 총회와 달리 선거인단을 별도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선거인단은 대의원이 당연히 포함됩니다. 그외 선수, 심판, 지도자, 동호인, 기타 정하는 자가 포함됩니다. 총 100인에서 300인 이내에서 구성됩니다.

여러분이 선거인단에 포함된다면 K리그 구단주인 동시에 재벌 총수인 정몽규 회장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안줄건가요? 저라면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줄 거 같습니다. 아마 예전 선거인단 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정몽규 회장에게 표를 줬겠죠. 단독출마에 만장일치가 나왔다고 들은거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회장을 잘 뽑니 마니 하는 언쟁이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요.

이번 아시안컵과 클린스만, 정몽규로 이어지는 일들로 축구협회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보잘것없는 미물 블로거 생각에는 큰 변화 없을 거 같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바뀐들 또 다른 정 씨가 오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마무리.

이런 저런 생각에 주절주절 포스팅을 적어봤습니다. “축구협회가 일을 잘해라”라고 요구하고 기대하는 건 헛된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축구협회를 포함해서 우리나라에 ‘협회’라는 이름이 붙은 조직은 회장만 잘하면 됩니다. 그 아래 직원들 상당수는 일을 열심히 잘 할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그렇지 아닌 사람의 비율이 사기업보다 많은 것도 사실이죠.) 협회장만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선출되면 이렇게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은 만들지 않을 겁니다. 축구협회라고 싸잡아서 욕하지 말고, 축구협회장이 잘못했다고 콕 집어 말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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