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더니 이번엔 배드민턴협회다. 배드민턴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협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배드민턴협회로 쏠리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전도유망한 선수를 어떻게 대했을까.
물론 어느 조직이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걸 모를리 없는 안세영은 서운한 마음을 표출했다.
안세영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내부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겐 해석이 필요해보인다. 안세영은 “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했었다”라는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안세영이 하려는 말의 핵심으로 보인다.
은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기사 제목으로 뽑히고 있지만, 그건 표현의 방법일 뿐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건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 안세영 수준의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관련 단체에선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진’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배드민턴협회의 매우 낮은 수준의 행정력을 보여준다.
선수 상태를 오진하고, 오진이었다는 사실도 선수 개인이 개별적으로 검사해 파악하게 된 건 협회의 치명적인 잘못이다. 협회에선 한의사를 파견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데 그 정도로는 전혀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안세영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부상과 오진의 시간동안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부상 상태를 파악한 후에도 대회에 출전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선택으로 대회에 나갔다고 말은 했지만,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었을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협회에선 선수 보호와 관리 차원에서 휴식과 치료, 재활의 여건을 마련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세영은 금메달 후보로 여론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었지만, 정작 그 업계 안에서는 평범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서운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
배드민턴협회 무능 괴담, 처음이 아니다.
이제와 되돌려보면 배드민턴협회에서 생긴 이상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하태권 레전드가 어떤 팀의 감독직 면접에서 최하점을 받은 일이 있었다. 몇 년전 뭉쳐야 찬다에 나왔을 떄의 그의 성격을 기억해보면, 면접에서 최하점을 받을 만한 성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하점을 받은 면접은 전주배드민턴협회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접관이 누구였는지는 몰라도, 배드민턴 계에서 누가 누굴 평가하는지 이상한 일이다.
배드민턴협회의 무능함을 보여준 장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용대 사건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와 강기정은 2014년 국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도핑테스트 위반이 원인이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국제배드민턴협회(BWF)로부터 도핑테스트 규정 위반으로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다. 이렇게 들으면 이용대, 강기정 선수가 도핑 관련해 무언가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배드민턴협회가 검사 장소를 두 선수에게 잘못 알린 것으로 훗날 밝혀진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관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검사 장소가 따로 있었는데 배드민턴협회가 두 선수에게 태릉선수촌이라고 알린 것. 이후 스포츠중재재판소에서 승소하며 징계는 없던 일이 됐지만 협회의 무능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배드민턴협회는 무능을 넘어 악행도 보여줬다. 2018년 7월 열린 배드민턴 세계선수권에 선수는 6명이 출전했는데 임원은 8명이나 따라갔다. 코치도 아니고 임원이. 2017년 5월 호주 대회에는 임원 5명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고 선수와 코치진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이동했다. 심지어 임원들은 8강 이후 ‘우승 못할 것’이라며 귀국했는데, 한국은 우승했다.
체육단체를 어깨 견장 차는 자리로 인식하고, 선수들을 부하 다루듯이 하는 협회 임원들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다.
배드민턴협회, 축구협회에 이어 국정 감사 올라야
체육 단체가 여론 재판을 받는 건 올들어서만 두번째다. 축구협회의 무능과 무지, 악랄함, 수준 이하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이런 분위기를 분석도 못하는지, 같은 꼴을 또 보이게 됐다. 그동안 어떻게 행정을 했고, 협회장은 어떻게 처신했길래 안세영 선수가 저렇게 나올까.
운동선수들은 자기 종목에 대한 애정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에게 운동 못하게 하는 식으로 선수를 겁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니 안세영 선수가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 출전을 하네 마네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배드민턴협회장은 선수 출신은 아닌 걸로 보인다. 크지 않은 기업을 운영하는 인물인 듯하다. 업종은 건설쪽. 수준이 노가다라 그런지 행정도 주먹구구다.
체육단체가 할 일은 분명하다. 선수를 주인공으로 두고 안보이는 곳에서 최상의 노력과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하면 된다. 자리 차지하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 작태는 자기들 돈 내고 해야 한다. 해당 종목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 시키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종목으로 키우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골프 모임하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결론
누구나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절대 선한 개인도 없다. 그래서 무조건 선수 편만 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있다. 이해 못할 일이 있다는 거다. 배드민턴협회에선 이해받지 못할 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해 받지 못할 일들이 계속 되면 그건 잘못된 거다. 무능으로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하지만 잘못을 고치지 않고 계속 되면 악한 것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실수인가, 무능인가, 악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