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진정을 하고 몇 개월 만에 노동청에서 온 우편물. 사장놈을 기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앓던 이가 빠질 기미를 보인 거 같은 기분이에요. 직전 포스팅에서 임금체불 진정을 했던 초반의 이야기를 했었고, 이번 포스팅에선 두 번째 진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전 이야기 – 노동청에 임금 체불한 사장놈 진정 넣은 후기>

월급이건 임금이건 안 줘도 범죄고 못 줘도 범죄다.
누군가를 채용하고 일을 시켰으면 임금을 줘야 합니다. 지나가는 개도 알만한 상식이에요. 자기네 집 기둥을 뽑아서라도 임금은 보전해 줘야 합니다.
제가 신고한 사장놈은 처음부터 월급을 떼 먹으려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사업이 꼬이면서 못 주게 된 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도 안주고 있는데, 절반의 가능성으로 못주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안주는 거든 못 주는 거든 처벌은 받아야죠. 나한테 가한 고통이 얼만데..
법은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합니다. 안 준거냐 못 준거냐를 따지지 않아요.
아직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서 아주 가끔 연락이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전 항상 물어봐요. 줄 생각이 없냐고. 그럴 리가 있냐는 대답을 듣긴 하는데, 어퍼치나매치나 결과는 같아요. 떼 먹은 내 월급 안주면 진정 취하는 이제 없다.
1차 진정 취하 그 후…
근로감독관 보란듯이, 체불 임금을 언제 주겠다는 계획서를 받고, 저는 진정을 취하했습니다. 첫 진정서를 제출한 지 두 달이 채 안된 시기였던 거 같아요.
그 계획서에는 수 개월 동안 수 차례에 걸쳐서 임금을 분할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안 믿었어요. 이런 약속을 지킬 사람이었다면 진정을 넣지도 않았을 거거든요.
지난 포스팅에도 언급했듯이, 근로감독관에게 사장놈의 질질 시간 끌기 행태를 알려주고 싶어서 못이기는 척 진정을 취하했어요. 그리고 약속한 첫 번째 시기가 도래하길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지급 기일을 안 지키더라고요. 사장놈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진정서 다시 제출한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며칠 기다려 달라고.
그래서 기다리겠다고 했죠. 다시 진정을 넣어도 처리 기간이 있으니 일단 진정하고 약속한 금액이 입금되길 기다리겠다고요. 사장놈에게 외통수를 날린거죠. 다시 진정을 넣어도 처리 기간 내에 약속한 금액이 입금되면 다시 취하할 생각이었어요. 근로감독관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했었거든요. 몇 번이나 재진정 넣어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진정을 취하한지 두 달이 안되어서 다시 진정을 넣었습니다. 사장놈도, 저도, 사람 안바뀝니다. 살던대로 사는 거죠.
임금 체불 재진정 처리 절차는?
재진정을 넣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사이에 민원 접수, 담당자 지정이 되었다는 알림톡이 왔습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1차 진정 때에 저와 만났던 그 양반이었습니다. 재진정하면 근로감독관은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구절절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었어요.
담당자가 지정되고 하루이틀이나 지났을까. 근로감독관에게 전화가 왔어요. 이제는 처벌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OK를 날렸죠. 체불 임금 받아내는 건 반포기 상태였고, 이제 남은 건 사장놈을 괴롭히겠다는 오기뿐이었습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사장놈이 돈을 안주고 버티면 피해 직원이나 근로감독관이나 돈을 뺏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검찰로 넘기고 재판 넘기고 끽해야 벌금형 정도로 처벌받게 하는 수 밖에.
재진정을 넣은 후에는 저에게 출석요구를 하지 않았어요. 처벌 동의 말고는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건 없다는 거죠. 근로감독관이랑 사장놈이랑 알아서 지지고 볶아라 내버려 뒀습니다. 둘 다 저한테 연락 한번 없더라고요.
참고로 임금 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면 노동포털에 ‘처리 기한’이 뜹니다. 언제까지 처리하겠다는 날짜요. 제 기억엔 6주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정확한 규정은 모르겠습니다. 근로감독관이 이를 재량껏 늘려주기도 하는데 진정인 입장에선 빨리 안끝나니 짜증나고 열 받는 일이죠.
그렇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노동포털을 확인해보니 근로감독관이 처리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더라고요. 열받았죠. 그래도 참았어요. 근로감독관이 만약에 규정에 벗어나서 업무 처리를 하는 낌새만 나면 진정 사건을 지랄 사건으로 바꾸리라는 상상을 하면서…
다시 폭풍 검색과 열공 모드로 근로감독관직무규정을 살펴봤는데, 근로감독관이 정해진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동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어요.
노동청과의 이별, 검찰과의 만남
처리 기한이 연장된 걸 확인한 후 한 달이 안됐을 무렵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은 노동청, 문서는 공문이었고 담당자는 제 사건 담당 근로감독관.
사장놈을 기소 의견으로 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짜릿했어요.
공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법위반사항에 대해 범죄 인지 후 수사를 완료하여 검찰청으로 송치했음을 알려드린다. 위반 법조항은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임금 체불이 처음 시작된 시기부터 계산하면 2년 정도가 되어가는 거 같아요. 노동청 진정을 처음 고민한 시기부터 따지면 거의 1년이 다되어 갑니다. 이제야 1라운드가 끝난 거 같아요.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임금과 퇴직금은 못 받은 상태입니다. 사장놈은 아직도 좋은 차 타고 좋은 밥 먹으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어요.
그럼에도 이 일이 필요한 이유, 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하루빨리 노동청에 신고하길 추천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혼자 끙끙 앓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어딘가에는 속 시원히 털어놓으시길 바랍니다.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어요.
이런 기분이 듭니다. 나의 스트레스가 사장놈에게 전달되는 과정 같아요. 저는 다시 제 일상을 찾고 다른 돈벌이를 시작했고요, 사장놈은 과거의 저에게 매여서 점점 숨구멍이 조여가고 있을 겁니다. 직원 월급이나 떼먹는 잡범 취급을 받아야 할 겁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2라운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할 이야기가 많아지면 다시 한번 기록을 남겨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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