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한 사장이 드디어 기소가 됐습니다. 노동청에서 사장놈을 검찰로 송치했고 기소 처리했다는 우편을 받았습니다. 월급 떼먹히면서 심적으로 받은 고통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앞으로 악질 사업주는 검찰 조사도 받고 재판에도 나서야 할 겁니다. 혹시라도 임금 체불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위해 저의 기록을 남겨둡니다.

(구체적인 액수와 날짜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참으면 복이 올 줄 알았는데
처음 임금이 밀리기 시작했을 때는 긍정 회로를 돌렸었어요. 사업을 하다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힘든 시간을 조금 버티면 큰 보상이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사장놈은 말로는 곧 해결된다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저의 스트레스와 경제적 고통은 극한에 치달았어요.
돈 들어올 구석이 있다고 얘기해 놓고, 그 시기가 되면 입 닦고 그냥 지나가기를 수차례. 돈 생기면 밀린 임금을 조금이라고 해결하고 넘어가길 바랬는데 다른 데 먼저 써버리는 눈치.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나는 이렇게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사장놈은 아직도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게 너무 꼴보기 싫었어요. 돈 없어서 점심도 못 챙겨먹고 다니는데, 사장놈은 비싼 밥 먹고 다니는 게 너무 너무 싫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고통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참다 못해 임금 체불 진정을 고민하게 됐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무렵 작성한 포스팅이 이거예요.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었고, 노무사를 찾아갈 돈 조차 없어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진정서 제출하기 버튼만 안누른채, 연습을 몇 번씩 했습니다. 후에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정말 여러번 시뮬레이션 했어요. 머리 속으로요.
짧게 몇 줄로 썼지만,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까지가 스트레스와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였어요.
혹시 임금 체불 신고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신고하시길 추천합니다.
임금 체불 진정서 제출 후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더라고요. 그 전에는 하루 종일 인상 쓰고 다녔었는데, 진정서를 제출하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없고, 100% 사장놈이 잘 못한 일입니다.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다짐한 게 있어요. 이제 진짜 이딴 회사랑, 이딴 사장놈이랑은 끝이라고요.
진정서를 제출하면 기본적으로 1개월은 아무 변화 없습니다. 그 사이에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신고내용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절차가 있는 것 외에는 내 삶에 아무런 변화는 없어요. 스트레스가 조금 줄어든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죠.
내가 신고한 내용이 100% 인정될까, 신고를 했는데 사장놈은 왜 아직 돈을 안줄까, 근로감독관이 사장놈이랑 만나긴 했을까, 사장놈은 뭐라고 핑계를 댔을까 등등 별별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돈을 안준다는 괴로움과는 다른 차원의 생각들입니다.
진정서를 제출하면 이런 절차가 진행됩니다.
민원 접수 – 담당자 지정 – (진정인) 출석 요구 & 출석 – (피진정인) 출석 요구 & 출석 …
저는 담당자 지정까지 1주일 걸렸고요, 그로부터 1~2주 사이에 노동청에 직접 출석했었어요.
피징정인(사장놈)은 출석일을 최대한 늦추려는 거 같더라고요. 신고한 날부터 1개월을 꽉 채워서 출석날짜를 잡았었던 거 같아요.
대부분의 절차는 카톡으로 알림 메시지가 오고요, 노동포털에 신고했다면 거기서 민원 처리 상황도 확인할 수 있어요.
근로감독관 만날 때 유의사항
인터넷을 정말 많이 찾아봤었습니다. 진정 후기, 사업주 처벌, 관련 규정, 심지어 근로감독관집무규정까지요..
우선, 꼭 명심해야 하는 건 이건데요.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기관이 아닙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를 조사해서 처벌하는 기관일 뿐이에요.
사장놈들이 지들 처벌받기 싫어서 떼 먹은 임금을 줄 뿐인거지, 근로감독관이 돈을 줘라 마라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걸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러니 근로감독관한테 가서 “저 돈 언제 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질문입니다.
임금체불 진정이 사건화되면 핵심은, 내가 진정한 내용이 온전히 근로감독관에게 받아들여지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근로감독관에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초 진정서에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증거자료도 보기좋게 정리해서 주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저는 진정서를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개조식으로 썼었어요.
출석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하면, 근로감독관은 진정인의 이야기를 먼저 들은 후 피진정인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진짜로 임금 체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요.
근로감독관이 저한테 물어본 것들은 이런게 있었어요. 임금 체불 기간이 긴 데 출근을 한 게 맞냐, 돈 안주는 데 왜 계속 출근했냐는 거요. 보통 사람들은 길어야 6개월 정도의 체불 기간만 되어도 난리인데, 저는 그것보다 긴 기간을 참았으니 궁금해할만 했죠. 있는 그대로 설명했어요. 그리고 사장놈한테 확인해보라고 덧붙였죠.
임금 체불 진정서 제출, 결론은?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사장놈은 ‘기다려달라’ 수법을 근로감독관 앞에서도 시전했더라고요. 진정인에게 지급 계획서를 주고 진정 취하를 설득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설득한 모양이에요.
웃긴 건 사장놈이 근로감독관에게 그런 말을 했으면, 저한테 와서 계획서도 주고 진정 취하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데 안하더라고요.
오히려 그 상황을 근로감독관한테 들었어요. 사건 종결 기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근로감독관이 저에게 전화해서 “사장 연락 없었냐”고 묻더라고요. 없었다. 이상하네 왜 연락을 안하지? 요런 대화를 하고 끊었는데, 바로 사장놈이 저한테 전화해서는 그제야 지급계획서, 진정 취하를 언급하더라고요. 웃겨 아주.
저는 못이기는 척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받았던 지급계획서를 한번 더 받았고, 그 이유로 진정을 일단 취하했습니다.
그때 이미 전 알고 있었습니다. 사장놈은 돈 줄 놈이 아니라는 걸. 거짓말인 걸 뻔히 알면서 진정을 취하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근로감독관한테 이놈이 얼마나 말만 번지르한 놈인지 알려야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말이 아닌 결과로요.
그렇게 1차 진정은 끝났고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숨 좀 돌리고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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