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오면 누구나 꺼내는 필수품, 선크림. 하지만 그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오면, 그 존재는 조용히 화장대 구석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다음 해가 되고 날이 따뜻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선크림을 찾는다. 그런데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거, 작년에 쓰던 거잖아? 아직 써도 괜찮을까?”
사실, 나 역시 매년 여름마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선크림은 특별히 비싼 제품도 아니고, 늘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사계절 내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알면서도 그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매년 여름에만 몇 번 쓰고 나면 잊혀진 채 방치되고, 그렇게 몇 달, 몇 년이 흐른다.
그리고 최근, 다시 꺼낸 선크림을 바른 후 트러블이 올라왔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들은 말은 간단했다. “선크림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선크림도 ‘유통기한’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선크림은 의약외품에 가까운 제품으로 분류되며, 반드시 유통기한을 표기해야 한다. 단, 제조사가 안정성 테스트를 통해 3년 이상 효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면,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FDA는 ‘개봉 후 3년이 경과하면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국내 화장품은 이보다 엄격하다. 모든 제품에 유통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 기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며, 개봉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1년 이내 사용’이 기본 원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관 환경이다. 직사광선에 자주 노출되거나 욕실처럼 습한 공간에서 보관됐다면,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
유통기한 지난 선크림, 정말 위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위험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불완전하면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당연지사. 한여름 자외선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화상, 피부 노화 및 손상, 심지어 피부암 발병 위험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즉, 유통기한 지난 선크림을 바르는 것은 안바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성분이 분해되며 생기는 냄새, 제형의 분리, 색 변화 등은 피부 트러블의 신호다. 여드름이나 발진이 생길 수 있고, 세균과 곰팡이 등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질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상한 음식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남은 선크림, 그냥 버려야 할까?
선크림은 본래 피부용이기에 유통기한이 지나면 피부에 바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전부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음은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의 똑똑한 재활용 방법이다.
1. 가죽 소품 광택내기
선크림 속 오일 성분은 가죽 제품에 광을 내는 데 탁월하다. 낡은 가죽 지갑이나 가방, 소파에 선크림을 소량 발라 마른 천으로 닦아보자. 생각보다 훨씬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 끈적한 스티커 제거
차량 주차 스티커나 유리컵 바닥에 붙은 상표 스티커, 잘 떼어지지 않아 짜증났던 기억이 있다면 선크림을 활용해보자. 스티커 위에 선크림을 바르고 몇 분 후 닦아내면, 끈적임 없이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3. 스테인리스 및 세면대 물때 제거
싱크대 수전, 세면대 주변에 낀 물때 역시 선크림 한 방울이면 해결된다. 부드럽게 문질러 닦아주면 반짝반짝 광택이 살아난다.
선크림 폐기, 어떻게 버리는 게 맞을까?
마지막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선크림의 올바른 폐기 방법도 알아두자. 펌프형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닦아 일반쓰레기로, 용기는 플라스틱 분리배출로 보낸다. 스틱형 선크림은 냉동실에서 굳힌 후 내용물과 용기를 분리해 각각 버리면 된다.
선크림은 소모품입니다
선크림은 ‘보관용’이 아닌 ‘소모품’이다. 쓰고 남기기보다 제때 다 쓰는 것이 피부에도, 지구 환경에도 좋다. 올해 산 선크림은 올해 안에 다 쓰자. 유통기한 지난 선크림, 절대 얼굴에 바르지 마세요. 대신 생활 속에서 알뜰하게 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