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 여전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고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알게 된 앤서니 브라운. 그의 작품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앤서니 브라운 전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 알게 된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앤서니 브라운은 누구?
앤서니 브라운은 여든 살이 다된 할아버지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한번쯤 만난 그의 그림책은 어쩌면 그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나이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앤서니 브라운이 첫 번째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지 50년 정도 됐다고 한다. 거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2024년에도 신작을 발표했다고 하니 그의 그림책에 대한 의지가 매우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병원에서 수술 장면을 그리는 의학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고 한다. 이후 연하장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림책에 흥미를 느껴 여러 출판사에 자신의 그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그게 1970년대의 일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작품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돼지책(Piggybook)>, <터널(The Tunnel)> 등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당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초현실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았고, 글과 그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스토리텔링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어떤 작가일까?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중 상당수는 고릴라를 의인화하여 그린 작품이 많아요. 그의 유년시절 경험이 녹아진 영향때문이라고 해요.
앤서니 브라운은 영화 ‘킹콩’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고릴라 그림이 많다고 해요. 어떤 그림책에는 마릴린 먼로 비슷한 그림이 있는데요, 그 그림 역시 어린시절 본 배우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아서 그런 걸로 추측됩니다.
이렇게 대중문화의 영향을 그림책에 녹여 낸 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의 특징이에요.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상징성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인간 내면의 감정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화풍을 보여줍니다. 글과 그림의 관계가 여타 그림책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해요. 그의 그림책에서 그림은 단순히 글의 내용을 보조하는 걸 넘어섭니다. 글이 설명하지 않는 부분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택한 거죠.
심지어 그림이 주가 되고 글이 보조 도구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 <동물원>, <킹콩> 같은 그림책이 그렇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또한, 의도적으로 그림 속에 여백을 남겨두어 독자의 상상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마다 해석의 방향이 다를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앤서니 브라운에게 90년대는 슬럼프와 극복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공원에서>를 작업하던 중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꿈꾸는 윌리>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해요.

수십 년이 흘러도 사랑 받는 이유
2000년 <우리 아빠(My Dad)>가 출간됐습니다. 2005년에는 <우리 엄마(My Mum)>이 나왔고요. 이후 <우리 형>, <넌 나의 우주야>,가 출간됐고 최근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나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 앤서니 브라운은 가족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을 그려왔어요. 각각의 책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시선이 담겨 있고, 간결한 문장과 유머 넘치는 그림으로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풍부한 감정과 따뜻한 시선을 일러주는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가족 주제의 그림책은 마지막에 포옹하는 장면으로 끝나요. 가족에 대한 사랑, 가족을 넘어 주변에 대한 사랑, 반려 동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줍니다.
이런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감정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아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아이가 있는 모든 집에 한 권 쯤 꽂혀있는 책이 되죠.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의 또다른 갈래는 ‘전래동화’를 키워드로 합니다. 친숙한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하거나 상징적인 장면과 캐릭터를 작품 속에 숨겨두는 방식을 보여줘요.
유럽의 구전 동화 ‘세 가지 소원’을 각색한 <엄청나게 커다란 소원>이 있고요, 어린 시절 경험과 여러 전래동화에서 모팁브를 가져온 <숲 속으로>가 있어요.
마무리하며
끝으로, 이 포스팅을 읽은 여러분의 아이에게도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한 권 읽어주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