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 사건이 재판까지 진행됐습니다. 으휴.
그 일로 생애 처음으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탄원서’라는 걸 직접 쓰고, 법원 민원실까지 가서 제출하고 나니 착잡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분 따위는 일단 밀어두고, 탄원서를 쓰면서 알게된 몇 가지 방법 내지 꿀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탄원서를 쓰려는 분들에게, 제가 겪으면서 알게 된 소소한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탄원서 양식은 자유, 하지만 기본은 있다
탄원서에는 법으로 정해진 틀은 없다.
법원 민원실에 가면 친절하게 인쇄된 서식이 준비돼 있는데, 그걸 써도 되고, 그냥 자유 형식으로 써도 된다.
나는 왠지 더 정성스러울 것 같아서 일반 편지지에 썼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아무 무늬도 없는 흰 편지지를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문구점을 몇 군데나 돌았다.
어쨌든 어떤 종이에 쓰든 첫머리에는 반드시 사건번호와 피고인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탄원서의 시작은 “누구를 위한 탄원서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부터다.
2. 탄원서 제출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탄원서는 법원 종합민원실에 제출하면 된다.
민원실에 들어가면 키오스크 같은 기기가 있어서 사건번호에 맞게 창구를 찾아서 번호표를 뽑자. 번호표에 어느 창구로 가야 하는지 나온다.
그 안내만 따르면, 제출 절차 자체는 의외로 간단하고 금방 끝난다. “탄원서 제출하러 왔어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사건번호 확인하고 제출하면 끝.
3. 탄원서 내용에는 관계와 의도가 선명해야 한다
탄원서의 첫 단락에서 나와 피고인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나는 왜 이 글을 쓰는지, 엄벌을 원하는지 아니면 선처를 바라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
“저는 임금체불 피해자 홍길동입니다.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탄원서를 작성합니다.”
이런 식으로 목적과 감정의 방향이 한 문장 안에 드러나는 게 가장 좋다.
4. 가능하면 자필로
탄원서의 목적은 법률적 논리를 더하는 게 아니다. 감성적인 호소에 있다.
그래서 내 글씨가 못알아볼 지경의 악필이 아니라면, 자필로 쓰는 것이 더 좋다.
판사도 사람이다. 사람은 기계보다 손글씨에서 더 많은 ‘진심’을 읽어낸다.
물론, 글씨가 심하게 알아보기 힘들다면 차라리 워드로 작성하는 것이 낫다. 판사가 읽다가 던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5. 함께 쓰면 힘이 커진다
탄원인은 한 명보다 두 명, 두 명보다 여러 명이 훨씬 낫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서명하고 제출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 각각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더 좋다.
여러장의 탄원서는 글 한 장보다 더 큰 무게를 만들 수 있다.
가능하다면 주변에서 사건을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보자.
그 한 장 한 장이 모여 ‘여론’이 된다.
6. 가독성이 생명이다
판사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서류를 읽는다.
그 속에서 내 글이 판사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선, 가독성이 중요하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 문장은 짧게, 문단은 간결하게 써야 한다. 그러면서 글을 전체 분량은 긴 게 유리하다.
그러려면 내용이 다양하고 많은 게 좋고, 각각의 내용은 짧게 짧게 끊어가는 서술 방식이 좋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길게 쓰더라도, 핵심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모순된 메시지는 절대 피하자.
“용서하고 싶지만 엄벌을 내려주세요”
이런 논리는 말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 나의 입장을 선명하게, 한 방향으로만 써야 한다.
7. 결과에 대한 마음가짐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탄원서가 재판 결과를 뒤집는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 글이 판사의 마음을 조금 움직일 수도 있지만, 판결은 법과 증거를 기반으로 내려진다.
탄원서를 쓰는 목적은 결과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판사에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있다.
마치며
탄원서를 쓰는 일은 내 의사와 감정을 공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글이라는 것이 때론 싸움의 무기가 되고, 때론 간절함을 전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혹시 앞으로 탄원서를 쓸 일이 생긴다면, 명확하게, 간결하게, 진심을 담아 쓰기를 권한다.
그 한 장이 누군가의 재판에 작지만 의미 있는 파동을 만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