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0일,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백두산의 북한 영유 지역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습니다. 앞서 중국쪽 부분이 등재된 바 있어, 백두산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인받게 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북한 측 지역의 명칭을 ‘Paektu’로 등재함으로써 중국이 사용해 온 명칭의 국제적 독점 우려를 사실상 해소한 것입니다.

백두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의미
2024년 3월 28일, 유네스코는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북측 지역을 Changbaishan Global Geopark(장백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습니다.
이어 2025년 4월에 북한이 실효 지배 중인 남측 백두산 지역도 별도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습니다. 백두산 전체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포함된 것이죠.
사실, 북한은 중국보다 앞선 2019년에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해 국제 전문가들의 현장 실사가 지역됐고 등재도 늦어졌습니다.
뒤늦은 평가였지만 유네스코는 해당 지역에 대해 “화산 폭발로 형성된 장엄한 경관과 함께, 빙하 침식으로 만들어진 권곡 등 빙하지형이 잘 발달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서기 1000년 무렵의 대규모 분화를 포함해 향후 재폭발 가능성이 큰 활화산”이라는 점도 주목했고요.

굴곡진 역사와 함께한 백두산
백두산의 역사성, 상징성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볼게요. 백두산은 한민족의 시원(始原)을 상장하는 산이죠.
대한민국의 국가와 북한의 국가 모두에 백두산은 등장할 만큼 한민족의 영산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단군 신화 속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나라를 연 장소로도 여겨지고요.
백두산은 한민족의 정체성과 연결된 신성한 장소입니다. 한반도의 역사, 문화가 시작된 곳으로 여겨지고, 현대에 들어서서는 북한의 ‘혁명’ 어쩌고하는 주장에 이용되어 왔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혁명 활동과 연관 지어 ‘혁명의 성산’으로도 부르며 상징성을 더욱 강조해 왔다고 합니다.
지직학적으로도 천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화산 지형과 빙하 지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자연 유산입니다.

‘Paektu’ 공식 등재… 백두산 명칭의 국제 확산 가능성
유네스코는 이번 북한 지역 등재에서 공식 명칭으로 ‘Paektu Global Geopark’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그간 중국 측이 ‘changbaishan’이라는 명칭으로 백두산을 국제사회에 소개해 온 것과는 차이가 있죠.
특히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지리적으로 북측은 중국, 남측은 북한이 실효 지배하고 있음에도, 백두산 전체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나뉘어 소개된 상황에서 ‘Paektu’라는 명칭의 등장은 한국적 표현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백두산이란 명칭은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다. 여타 고문서에는 태백산, 묘향산, 백산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장백산이 백두산과 혼용되었는데, 장백산이란 표현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장백산은 백산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백두산과 장백산 모두 우리 민족이 그 산의 이름으로 인정해왔고, 조선 말기에 들어서야 백두산이 널리 쓰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중국이 세계에 장백산을 알림으로써 백두산이란 명칭이 사리질까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장백산은 한족 중심의 지리 인식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중국의 영토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 세계지질공원에 백두산이란 이름으로 등재된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단지 지질공원 등재를 넘어, 지명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주권의 상징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한민족 중심의 명칭인 ‘백두산’이 더 널리 통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백두산의 세계화 가능성
이번 백두산 세계지질공원 등재는 단지 북한의 첫 유네스코 지정이라는 의미를 넘는다.
국제사회가 ‘Paektu’라는 명칭을 공식 채택함으로써 지명 주권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사건이다.
이제 백두산은 ‘changbaishan’만으로 불리는 산이 아니다.
앞으로 백두산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 지도와 교육자료, 학술연구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길 기대한다.